독자님 안녕하세요!
모처럼 일찍 일어나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어요. 뺨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더군요. 특히 눈이 건조한 저는 가을바람에 인공 눈물부터 찾았답니다. 잔뜩 눅눅하던 여름, 빨래방을 찾아 건조기를 돌리던 날이 벌써 그립게 느껴집니다.
금방 건조기에서 나온 이불의 뽀송함, 그리고 따끈따끈함. 금방 지나간 한 시절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가을의 문턱에 앉아, 여름을 돌아보며 읽기 좋은 쓴사과 작가님의 에세이를 준비했어요. 키워드는 건기, 그늘, 방입니다. |
|
|
건기乾氣
절반으로 접힌 베개를 턱에 얹고 그대를 생각한다. 오늘 밤도 뉘우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다래끼 그리고 그대를 생각한다. 없는 빛을 비비다가 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눈곱이 된다. 송곳니만큼 벌어진 밤. 커튼을 깜빡했다. 일어나서 빨래집게로 커튼을 꼬집는다. 아침 볕을 위한 것이다. 혼자였다.
볕이 없어도 그늘이 되는 곁이 있었다.
누나야.
서울의 좁은 방에서 잘도 부둥켜안았었지. 건물의 뒷문으로 나가면 누나의 친구가 아끼던 술집이 있었잖아. 나비가 술에 눈물을 섞어도 나는 취할 수 있었어. 우리는 우리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짧았던 여름아. 너도 가끔은 겁을 먹니.
오르막의 중간에 있는 집이었고 결국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파도처럼 접힌 커튼을 손가락 끝으로 만져본다. 이제는 없는 방을 그리워하다가 나도 모르게 커튼을 잡아 내렸다. 빨래집게가 튕겨 나갔다.
팅
광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동력의 출처가 의문일 정도로 낡은 오토바이를 마주쳤다. 헬멧도 없는 중년의 남성이 운전하고 있었다. 엄지발가락을 드러낸 슬리퍼와 목이 늘어난 흰 티셔츠가 보였다. 바지는 어딘가 눅눅했다. 그리고 나의 이목을 끄는 것이 있었다.
그늘이었다.
커다란 폐지를 반으로 접어서 오토바이의 인위적인 뒤꼬리에 매달았다. 폐지는 위아래로 아주 조금씩 흔들리면서 본인의 자세를 확실히 하고 있었다. 그건 달리는 그늘이었다. 어떤 날씨든 어디를 달리든 한 남성의 몸뚱아리를 덮어주는 그림자를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네모난 그림자가 일순간 방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나는 버스 안에서 여름을 접고 있었다.
노랫소리가 너무 커. 흐물거리는 쇼핑백으로 스피커를 틀어막았다.
잘했다 빨리 와서 앉아. 기계가 생활을 건조하는 동안 우리는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이불도 넣었는데 30분이면 되려나. 글쎄. 들어갈 때 타코야키 사가는 건 어때. 잠깐 숲길을 좀 걸을까. 담배는 이제 생각 안 나. 내일은 늦잠 자도 되지? 저녁도 해 먹자 내일은. 우리 친하게 지내자. 어제는 내가 예민했어. 카페 가서 같이 글을 쓰면 어때. 알바생이 나 오면 반가워하더라. 화장실도 쓰게 해줬어. 괜히 들르고 싶은 거 있잖아. 짜증 내서 미안해. 저 사람들도 여기서 김밥 먹나 봐.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네. 맨날 붙어있어서 그런가? 기억도 안 나. 거짓말이야 그거. 참새야. 이 동네 좋지. 산책 자주 하자.
띵
뜨거운 솜을 끌어안으면. 밤이. 여름이. 거리가. 반팔티가. 잠옷이. 말들이.
잘 마른 거 같네.
잘 마른 거 같아.
누나. 나는 사실 숨죽일 줄 알아. 흐르고 있었을 뿐이지. 밤새 안고 싶었으니까.
툭
빨래집게를 들어 올린다. 책상에 올려놓고 커튼은 그대로 두었다. 곧 해가 뜨기 때문이다.
|
|
|
시인, 쓴사과
"종종 낯선 문장이 찾아옵니다. 나이프를 들고 반겨줍니다. 가끔 버스 벨 누르는 걸 깜빡하지만, 이렇게 시인으로 살게 됐습니다. 그릇은 열심히 닦아 놓습니다." |
|
|
당신이 찾던 그 작가_06
작가 발굴 인터뷰 여섯 번째 주인공입니다. 메일링크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여주신 유다 시인님! 담담하지 못해 창백한 시들은 독자의 마음에 그대로 스며들어, 공명의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시인, 유다
“담담하다 못해 창백한 것들, 우리 가슴 속을 헤집고 나가는 모든 것들. 어쨌거나 살아있기에 글을 씁니다.”
🙋 작가님을 알려주세요!
가슴이 답답할 때, 짙은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올 때. 나를 묶어놓는 것들이 때론 날 예술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창작 활동을 통해서만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자 한 자 써 내려갈 때마다 저 자신을 온전히 글자에 녹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이렇게 써낸 글들이 다른 사람에게 닿아 공명할 때, 그때가 제일 기쁘고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요.
아,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나 많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이렇게나 많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
|
|
마침내,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래 기다려주신 메일링크 유저 여러분, 무척 감사드립니다. 💃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변화된 기능들을 살펴보세요! 작가님은 '작가 찾기' 버튼이 새로 추가된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제, 마음껏 둘러보고 다른 작가분들을 구독해보세요! 제가 직접 '오늘의 추천작가'로 탁월한 글을 쓰는 메일링크의 보석 같은 작가님들을 소개할게요. 😀
독자님은 '작가 신청하기' 기능이 생긴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업데이트된 지 하루 만에, 벌써 작가 신청을 진행해주신 독자님들이 계셔요! 작가 신청을 완료해주시면, 제가 직접 글을 살펴본 후 작가 등록 여부가 결정됩니다. 😁 (얼마든지 재도전도 가능하세요!)
많은 분들이 메일링크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려주셨습니다. 예정보다 개발 일정이 오래 걸려 처음에 약속한 시점보다 업데이트가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 그런데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기다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더욱 즐거운 연결을 위해 바로 업데이트를 진행해주세요! 🧚
|
|
|
준비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떠셨나요? 위클리 메일링크의 에세이 한 편과 함께 즐거운 연결의 시간이 되셨길 바라요. 😀 위클리 메일링크는 세 명의 작가, 덩이, 연, 쓴사과가 돌아가며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다음 주는 덩이 작가의 에세이로 찾아옵니다! 미소 띤 얼굴로 지난날을 추억하고, 지금을 즐기며, 다가올 날들을 두근거리며 맞이하면서, 한 주를 보내보아요! 🍀 |
|
|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간편하게 앱으로 만나보세요.
80여명의 작가들이
|
|
|
|